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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근] 지역보건의료계획에서 건강형평성 제고 기획이 필요하다!
복지국가SOCIETY
18년 09월 09일    112
image:    정백근_1.jpg   Size(17 Kb)


정백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올해는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이 작성되는 해이다.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지역보건법 제7조에 근거하여 광역 및 기초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4년 주기로 수립하는 지방정부의 중장기 보건의료계획이다. 그러므로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의 중장기 계획인 것이다. 광역 및 기초지자체는 매년 지역보건의료계획에 근거한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지역주민들의 건강 관련 정책 및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 기본방향: 건강 격차 해소 방안의 모색


현실적으로는 광역 및 기초 지자체의 보건당국이 집행하는 모든 정책과 사업이 지역보건의료계획의 틀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지방정부에서 수립하는 보건의료계획 중 가장 중심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또한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역보건의료계획 분석을 통해 지방정부의 보건정책을 평가하고, 이를 활동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운동 내지 건강정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는 총괄목표를 건강수명 연장과 건강형평성 제고로 설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보건의료계획에서는 그간 건강형평성 제고와 관련된 내용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지역보건법 제3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들의 건강상태에 격차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역보건의료계획에서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하는 지침이 없었던 것이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2016년 지역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됨으로써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지역의 건강형평성 제고를 주요한 내용으로 설정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였다. 개정된 시행령 제4조에서는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세부 내용을 정해서 이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세부 내용 중에 ‘취약계층의 건강관리 및 지역주민의 건강상태 격차 해소를 위한 추진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 안내’에서는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 기본방향으로 ‘보건의료서비스 접근성 강화 및 건강격차 해소 도모’를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와 건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모색, 소득계층 간 건강격차 감소 방안 모색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건강형평성 강화 정책의 3가지 방향성


2010년에 세계보건기구가 발간한 ‘A conceptual framework for action on the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에서는 건강형평성 강화 정책의 방향성을 크게 세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첫 번째는 건강형평성을 약화시키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과 건강형평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 건강과 건강형평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는 거시경제정책, 사회정책, 교육 및 보건정책, 문화와 사회적 가치 등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맥락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있다. 동시에 이런 구조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물질적 환경, 행태 및 생물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부문 간 활동(intersectoral action)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건강과 건강형평성은 보건의료부문 외부의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부문 간 활동은 건강형평성이 보건의료 부문에 국한된 정책이 아닌 다양한 공공정책을 통해서 제고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세 번째는 참여와 권력 강화(social participation and empowerment)이다. 건강형평성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 과정에서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참여는 윤리적, 인권적 측면에서도 정당할 뿐만 아니라 실용적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조치이다. 시민들은 그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통하여 권력이 강화된다.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한 권력 강화는 건강형평성 제고 의제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과 정부가 건강형평성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헌신하게 만든다.


특히 권력 강화는 소외되고 억압받는 힘없는 공동체들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경제적 과정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력을 얻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데, 사회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건강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참여하고 개입하는 과정은 행위자 측면에서 중요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방정부의 지역보건의료계획이 건강형평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이 세 가지 방향이 계획의 주요 내용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방향 중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는 광범위한 사회개혁과 중앙정부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지방정부 차원에서 완결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부문 간 활동과 시민사회의 참여 및 권력 강화는 지방정부의 적극적 노력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이다. 그리고 지역 차원의 부문 간 활동과 시민사회의 권력 강화에 기반한 참여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건강형평성 악화 가능성을 지역 차원에서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건강형평성 제고와 관련해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에서 부족한 점들


실제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작성 안내에는 부문 간 활동, 시민사회 참여와 관련된 내용들이 곳곳에 있다. 지역보건의료기관과 보건의료 관련기관·단체 간의 협력·연계, 지역보건의료와 사회복지사업 사이의 연계성 확보 계획 등은 부문 간 활동, 지역사회 자원 간, 공공과 민간부문 간 협력을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 및 계획의 연계 강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보건정책 수요를 도출하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지역보건정책의 실현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참여와 관련해서는 계획 수립, 실행, 성과평가의 모든 단계에서 지역주민 및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가 기준으로 지역주민의 참여도를 설정하고 있어서 시민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이 향후 4년 동안 지역의 건강형평성 제고 중장기 대책이라는 위상을 가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첫째,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서 ‘취약계층의 건강관리 및 지역주민의 건강상태 격차 해소를 위한 추진계획’이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세부내용에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작성 안내 책자에서는 기본방향에서만 이를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지침은 없는 상태이다.


실제 건강형평성 제고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 측면에서도 제6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 안내(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재단, 2014)에서는 지역보건의료계획의 각 항목마다 형평성 강화, 격차 및 차이의 해소와 같은 내용들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작성 안내에서는 기본방향에서 이를 제시한 것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과 제6기 지역보건의료계획 간의 가장 큰 차이가 건강격차 해소를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세부 내용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다.


둘째,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과 관련하여 부문 간 활동과 시민사회의 참여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런 전략들이 건강형평성 강화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는가가 분명하지 않다. 이 두 가지는 건강형평성 강화 정책의 주요 내용이지만 건강형평성 강화와 논리적·전략적 연계에 관한 고려 없이 산발적으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셋째, 부문 간 활동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부문 간 활동에 대한 언급이 있으나 사회복지 영역에 국한되어 있다. 협력과 파트너쉽 구축에 대한 내용이 있으나 이는 보건의료부문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런 수준의 부문 간 활동으로는 건강형평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영역의 근본적 요인들에 개입하기 힘들다.


넷째, 권력 강화에 기반한 참여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지역보건의료계획은 계획수립 단계부터 실행, 성과평가 단계까지 지역주민들의 참여 기전 마련을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보건의료계획 심의위원회에도 주민대표가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심의과정에서 주민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참여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침 상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지역보건의료계획 상에서 참여는 언급되고 있지만 주민들의 권력 강화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없다. 이 경우 참여는 형식적 참여가 되거나 참여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건강형평성 제고 위한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 돼야!


이상과 같이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이 지역의 건강형평성 강화를 위한 중장기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올해는 건강형평성 관련 내용이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세부 내용에 포함된 이후 첫 번째 계획이라는 점에서 시작부터 제대로 된 체계를 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건강형평성 제고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 전략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중앙정부의 건강형평성 관련 지표와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목표 수립을 위한 기본 자료도 부족하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또한 건강형평성 제고는 하나의 세부계획이 아니라 모든 계획의 기본원칙과 내용이 되어야 한다.


또한 부문 간 활동의 범위를 사회복지영역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교육, 고용, 경제 등의 부문으로 넓혀야 한다. 이는 건강형평성 제고 정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시민사회의 해석과 태도, 활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판단된다. 시작 단계에서 부문 간 활동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사회복지 영역과 건강형평성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연계 시스템은 마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실질적 참여를 통한 주체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주체화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권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방정부는 건강형평성 강화와 관련된 정책결정에서 시민사회가 주체가 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제도적 인프라는 읍·면·동 풀뿌리 단위부터 광역지방정부 차원까지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다양한 영역들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여 지역의 건강형평성 강화를 위해 추진하기 위한 전략이 제7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주요한 내용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지방정부의 계획이지만 그 계획이 실행되는 공간은 지역사회이며, 실행의 결과는 지역주민의 건강 및 건강형평성 수준으로 나타난다. 지역 시민사회가 지역보건의료계획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묘하게도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수립 주기는 지방선거 주기와 동일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역주민의 건강 및 건강형평성과 연관성이 있는 공약들을 제시했다. 과연 이런 공약들이 지역보건의료계획에 제대로 담겨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자. 그리고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제대로 반영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자. 그리고 지방정부가 면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참여를 거부하고 시민사회의 실질적 참여 기전 구축과 제도화를 요구하자.


시민사회의 실질적 참여와 권력 강화는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였듯이 건강형평성 제고를 위한 정책의 원칙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자. 이를 통해 지역보건의료계획이 문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지역 건강형평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중장기 계획이 될 수 있도록 하자. 그 결과 지방정부가 건강형평성 제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부문 간 활동을 활성화하고 시민사회의 권력 강화에 기반한 실질적 참여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하자.


이런 과정들의 결과를 통해 4년 후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건강형평성 제고를 지방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2022년에 수립될 제8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지역 건강형평성 제고를 위한 중장기 보건의료계획이라는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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