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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소득주도 성장,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옳다
복지국가SOCIETY
18년 08월 27일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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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처음부터 공격의 대상이었다. 보수진영은 경제학에서 족보도 없는 정책으로 사회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처음부터 공격했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이념적 공격에 해당하는 것인데, 보수진영이 지금까지 견지해왔던 ‘작은 정부와 신자유주의 노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부터 지속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공격은 집권 1년이 지나면서 파상적으로 더 거세졌다. 그동안 고용과 분배에 관한 지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제 보수진영은 더 큰소리로 실증적 증거들까지 들이대며 소득주도 성장의 폐기를 공세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격은 정당한가?


보수진영의 주장은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과 분배가 더 나빠진 것은 최저임금의 인상 때문인데, 이게 바로 소득주도 성장을 대표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소득주도 성장 노선을 폐기하고 규제완화와 기존의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소득주도 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방향인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은 이게 싫은 것이다. 이들은 복지국가의 길을 반대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보수진영이 반대하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을 통한 복지국가의 길이며,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규제완화와 신자유주의를 통한 작은 정부(시장국가)이다. 이게 논란의 본질이다.


집권 당시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보수진영의 이념적 공격은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대다수 국민이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보수진영의 이념적 흠집 내기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성장 전략과 포용적 복지국가의 길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래서 이게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의 고공행진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기류에 문제가 생겼다. 고용 충격과 소득분배의 악화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계속됐던 보수진영의 이념적 공격에도 끄떡없던 소득주도 성장 전략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마침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의 공격은 이념적이고 막연했던 반면에 최근의 공격은 고용과 분배의 악화라는 구체적인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보수진영의 이런 공격은 정당한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사실은 부당하다.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소득주도 성장은 죄가 없다. 소득주도 성장 전략의 정책 패키지에 속한 정책들 중의 하나인 ‘최저임금 인상’에서 일부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도 그 자체로는 매우 좋은 정책이다.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예상될만한 부작용들에 충분히 대응할 정책적·정치적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최저임금 인상 말고는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제대로 추진해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소득주도 성장이 무엇인지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최저임금 인상 정도로 치부했고, 상당수는 이것을 ‘총수요 진작 정책’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고용과 분배의 악화, 진짜 이유는?


지난해 30만 명 선이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의 증가가 최근 들어 10만 명 선으로 줄어들더니 지난 7월에는 갑자기 5,000명으로 급감했다. 고용 충격이다. 이를 두고 보수진영에서는 이게 다 소득주도 성장 탓이라며 이 노선의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에서는 이게 대부분은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오랜 적폐 탓이라고 이해한다. 이런 공방 속에서 고용 충격의 현실은 안타깝지만, 원인 진단은 냉정하게 해야 한다. 현재 드러난 고용 충격의 이유는 대체로 이렇다. 첫째, 제조업의 일자리가 감소했고 건설업의 일자리 증가가 둔화됐다. 둘째,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노동시장에 진출할 인구가 과거에 비해 줄었다. 셋째, 폭염과 함께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7월에는 전년 동월에 비해 4만7천 명이 줄었다. 그런데 이게 올해 7월에는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12만7천 명이나 감소했다. 또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해 7월에는 전년 동월에 비해 10만5천 명이 증가했는데, 이게 올해 7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만7천 명만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리하자면,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가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 증가폭이 지난해 7월 31만9천 명에서 올해 7월에는 24만1천 명으로 크게 둔화됐다는 사실이다. 전년에 비해 경제활동인구 수가 줄어드니 취업자 수가 주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또, 재난 수준의 폭염이 영세 자영업과 현장노무직 뿐만 아니라 노인층 등의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


지금까지 고용 충격의 실태를 살펴봤는데, 어디를 봐도 이게 소득주도 성장 때문이라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자동차산업이나 조선업 부진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여기서 초래된 고용 악화는 소득주도 성장과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과잉투자, 정경유착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대기업 위주 정책들로 인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데 기인할 가능성 크다. 중국의 추격 등 국제적 환경 변화도 있겠으나 이는 더 더욱 소득주도 성장과 무관하다. 그리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기존의 작은 정부 노선과 신자유주의 탓이 크다.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 경제와 사회안전망 및 보편적 복지의 부실이 저출산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영업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결국 자영업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의 25.5%나 돼 과당경쟁이 초래된 것도 생계형 자영업을 양산한 조기 퇴직을 유발하는 신자유주의 탓인데, 이는 재벌 대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한편, 올해 2분기의 소득 양극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다. 지난 8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453만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지만 상·하위계층 간의 소득 격차는 최고로 벌어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을 보면, 올해 2분기에는 이게 5.23배였다. 이는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2분기 때 5.24배를 기록한 뒤 2분기 기준으로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소득 양극화가 최근 10년 만에 가장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소득 분위별로 분배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분위(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132만4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이는 지난 1분기(-8.0%)에 이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며, 2분기로만 따지자면 2003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15.9%, 21.0% 줄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소비의 위축과 고용 침체 등 경기부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차상위계층인 2분위 가구의 소득은 지난해보다 2.1%가 줄어든 280만200원이었다. 이는 1분기(-4.0%)보다는 폭이 줄었지만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중간계층인 3분위 가구의 소득은 394만2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0.3%) 이후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상위계층인 4분위(544만4200원)와 5분위(913만4900원)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와 10.3% 늘었다. 특히,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 10.3%는 2003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이유는 생산과 분배에 걸쳐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지난 7월, 대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9만 명 늘어난 반면에 고졸 취업자는 28만8천 명이나 줄었다. 또 지난 7월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직 일자리는 1년 전보다 21만9천 명 줄었으나 관리·전문직 일자리는 13만8천 명이나 늘어났다. 우리 경제의 생산과 일자리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보완하려는 정부의 개입 전략이 요구된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들에게 적정 지원을 해야 한다.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보편적 복지와 공공부조를 통한 이전소득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즉, 노동시장의 1차 분배와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을 통한 2차 분배에서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지금까지 소득주도 성장 전략은 제대로 추진됐는가? 대답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을 제외하면 소득주도 성장 전략의 정책 패키지에서 ‘획기적 또는 그 비슷한 수준으로’ 추진된 정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보편적 복지 정책들은 추진이 거론되기만 했을 뿐이고, 대부분은 큰 진척이 없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 복지는 그야말로 거의 추진되지 못했다. 공정한 경제를 의미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은 말의 성찬이었을 뿐이라는 것이 진보진영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고용과 분배 악화의 진짜 원인은 소득주도 성장 탓이 아니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그동안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해법은 소득주도 성장의 폐기가 아니라 확고하고도 제대로 된 추진이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무엇인가?


소득주도 성장은 일시적 수요 진작을 위한 마중물을 의미하는 단순한 케인스 경제학이 아니라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경제 성장 정책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즉, 소득주도 성장은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그리고 공정한 경제의 구현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안정적으로 포용적 성장을 이어감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혁신 성장의 기초를 제공하는 복지국가의 성장 전략이다. 보편적 복지는 자산조사를 통해 가난한 국민을 선별해 복지를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국민 모두에게 일생에 걸쳐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 적극적 복지는 개개인의 창의성과 잠재 능력을 극대화하는 조치로 사람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더 유능하고 창의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정한 경제는 경제민주화와 노동체제의 개혁을 통해 공정한 경쟁과 노동권의 신장을 보장하는 복지국가 경제 질서를 의미한다.


먼저, 보편적 복지를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4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저소득층의 사회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안정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사회수당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원래 올해 상반기부터 실시하기로 예정됐으나 야당의 반대로 아동수당 실시와 노인수당 및 장애인수당에 해당하는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의 매월 5만 원 증액은 9월부터 실시된다. 아동수당은 0세부터 5세까지 만 6년 동안 월 10만 원씩 지급된다.


보편적 사회서비스 제도에는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의 4대 사회서비스가 포함되는데, 이들 사회서비스는 경제학적 ‘가치재’에 해당한다. 그래서 사회서비스는 생애주기별로 누구나 이용해야만 하고, 또 국민들 모두가 이용하도록 국가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큰 이익이 되는 그런 경제사회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국가의 보편적 책임 투자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이들 분야의 공공성과 보장성 확충을 통해 실질적 보편주의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보육과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 보편적 전인교육 추진, 등록금 부담 최소화, 문재인 케어, 치매 국가책임제, 노인장기요양 보장성 확충, 요양시설 공공성 강화 등은 모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전략에 속한다.


다음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두 번째 요소인 적극적 복지를 살펴보자. 적극적 복지는 개개인의 창의성과 잠재 능력을 극대화하는 조치를 말한다. 국가가 사람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감행함으로서 국민을 더 유능하고 창의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것은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확대와 강화를 가져온다. 여기에는 맞춤형 특성화 교육 체계의 확립과 아동·여성·노인·장애인의 대상별 능력 개발 시스템이 특히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로 우리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동·여성·노인·장애인의 잠재 능력과 직업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자유 시장과 기업의 영역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 일은 국가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사회투자의 영역이다.


아동은 미래의 인적 자본이다. 아동기의 차별 없는 성장 환경과 질 높은 교육의 제공은 미래의 경제성장을 위한 중요한 투자로 봐야한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은 여성의 인권 향상과 합계출산율의 제고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노인과 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직업 능력을 중심으로 온 국민의 창의성과 잠재 능력을 극대화하는 적극적 복지 전략은 지식 기반 경제에 능동적으로 조응하려는 경제와 복지에 대한 통합적 관점이자 미래 지향적 시도이다. 적극적 복지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다양한 정책적 개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경제성장이 일어나는 공간이자 적극적 복지의 목표 지점이다. 그래서 일자리는 적극적 복지의 관점에서 볼 때 경제와 복지가 만나는 지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복지는 직업훈련과 평생교육을 포함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인데, 이 일은 주로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적극적 복지는 인적 자본의 전반적 수준을 높이고 지식 경제에 부합하는 노동의 창의성을 제고하는 데 유리하다. 또, 협력과 신뢰에 기반을 둔 사람 중심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일자리를 중심으로 사람에 투자하는 적극적 복지는 복지의 제도적 확충임과 동시에 경제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 성장의 중요한 기제이다.


마지막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세 번째 요소인 공정한 경제를 살펴보자. 경제 체제가 공정해지려면,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해지려면, 경제민주화와 노동체제의 재편이라는 두 가지의 큰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 경제민주화는 경제와 시장의 자유화와 달리 책임성 강한 복지국가가 경제와 시장에 민주적으로 개입해 불공정에 대한 규제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조장을 통해 경제성장과 소득의 일차분배를 개선하려는 개입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겠다. 첫째, 재벌 대기업에 대한 투명성 제고와 공공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재벌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관계를 구축하고 상생 협력 모델을 실천해야 한다. 셋째, 노사관계를 민주화해서 노동 친화적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에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내용으로 ‘노동체제의 개혁’을 살펴보자. 지난 20년 동안 노동소득 분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화됐다.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고, 고용 불안과 취업 절벽은 해가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화의 본질적 목표인 공정한 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노동 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비대한 2차 노동시장을 축소하고 1차 노동시장과의 격차를 크게 줄여야 한다. 둘째, 2차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저성장과 고령화 추세에 적합하도록 고용시스템을 개편해야 하고, 연장된 정년까지 길게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식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


소득주도 성장 위해 복지 확충 절실하다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와 복지 안전망 등 보편적 복지의 확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부분은 참으로 아쉽다. 이게 잘 되었다면 소득하위 20% 가계의 소득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계층 간 분배 격차도 많이 줄었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획기적으로 인상되면 근로능력이 떨어지거나 한계 상황에 처한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 과당경쟁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들도 생계형 자영업을 접을 퇴로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갈만한 적정 일자리의 창출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고용 능력이 지금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잘만하면 일자리 분야의 엄청난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려면 복지국가의 큰 정부를 인정하고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문재인 케어는 장차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보건의료 분야에서 일자리를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치매 국가책임제와 노인장기요양의 보장성 확충 기획 또한 노인요양 분야에서 거대한 일자리의 보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국민들이 사회보험료를 더 내야한다. 이게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는 복지국가의 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늘어나는 실업은 사회서비스 분야의 다양한 일자리들이 충분히 흡수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정부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이들 분야로 끌어들이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의 실망까지 수습할 수 있게 됐다.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과 분배 악화에 따른 비판에도 불구하고 핵심 국정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8월 2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그리고 26일, 장하성 정책실장은 고용과 분배 쇼크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확고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장 실장은 최근 고용 및 소득 지표는 ‘소득주도 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정책 추진에 더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과 청와대의 확고한 추진 의지는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지금의 ‘고용 및 분배 충격’이 소득주도 성장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 전략이 부실했고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반성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장차 문재인 정부의 성찰적 발전에 대해 기대를 가져볼만 하다. 그리고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이런 기대가 충족되려면 획기적 수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데, 국회의 협조가 없으면 확장 예산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 지금 보수야당은 정부가 예산으로 일자리를 사겠다는 것이라는 비판하고 있고, 또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세금중독 성장이라고 비판한다. 여야 정치권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획기적 수준의 확장 재정 정책을 수용하고 개혁 입법에도 협조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정치과정에서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적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이 글은 2018년 7월 2일 필자가 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칼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일부를 인용하였음을 알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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