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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생명은 존엄하다’ 속에 담긴 두 가지 의미
복지국가SOCIETY
16년 11월 04일    894

[논평] ‘생명은 존엄하다’ 속에 담긴 두 가지 의미


불법 낙태를 시술한 의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이 ‘백지화’를 염두에 둔 재검토에 들어갔다. 애초의 개정안은 불법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추가함으로써 적발 시에 기존의 1개월이던 자격정지 기간을 12개월로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이 입법예고가 된 지난 달 23일 이후 산부인과 의사회와 여성단체 등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지난 15일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라는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가 벌어졌다. 이렇게 낙태 금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게 일어나면서 결국 보건복지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낙태 문제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유권이 충돌해온 해묵은 이슈이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적·정신장애·신체질환·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근친상간, 산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험한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 하에서만 허용된다.


그러나 강간 혹은 준강간의 경우 강제적 행위임을 입증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사후피임약이나 콘돔 등 어떤 피임 도구도 완벽한 피임을 보장할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낙태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낙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의 탄생을 단지 출산율이라는 숫자로만 보고 있는 것으로 지극히 탁상공론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대안인 것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극단적인 양극화와 부실한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하루하루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낙태를 금지시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 출산율은 조금 올라갈지언정 그 사회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낙태 반대론자들의 말처럼 생명은 존엄하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생명은 존엄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앗아갈 수 없다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명은 존엄하기 때문에 태어난 이후에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 아버지가 없이 태어난 아이는 사생아로 낙인찍고 그 엄마는 미혼모라고 비난하며, 그 이후의 삶을 가혹하게 짓눌러 버리는 사회이다. 그리고 내가 가난하면 내 아이에게 가난이 대물림되는 계층 간 사다리가 끊겨버린 사회이다. 금수저·다이아몬드 수저들이 부의 99%를 독점하고 있는 사회.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낙태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가 생명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인지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여성들을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가 생명의 존엄성이 망가지는 사회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한 구성원인지를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낙태율 OECD 1위라는 수치를 말하기 전에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포용 수준이 높은 프랑스나 스웨덴에서 미혼모 출산 비중이 50%로 우리나라의 50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낙태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논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제반 조건이 만들어진 이후의 일이지, 태어나는 즉시 곧바로 ‘헬 조선’에 입성할 수밖에 없는 지금은 아니다.


2016년 11월 4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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