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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창] 공정성 논란, 복지국가 실현이 해답이다.
복지국가SOCIETY
19년 09월 16일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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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추석 명절 동안 가족과 친지들 사이에서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였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의 적절성을 둘러싼 대화들이 많이 오갔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사 청문회 역사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임명 찬반을 둘러싸고 한 달 넘게 정치사회적 논란이 지속됐다. 한 달 만에 70만 건에 가까운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고, 우리 사회는 조국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심지어 일본의 경제 침탈이나 세계적 경기 침체 등의 모든 경제사회적 이슈들도 묻혀버렸다. 첨예한 진영 간 분리로 인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잃은 게 많았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약속, 그리고 상처와 교훈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임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기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치 세력의 거부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대체로 드러난 공통적인 문제의식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갈망하던 20·30대 청년의 실망과 좌절이 더욱 크게 보였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몇 가지의 이슈가 있었지만, 국민의 압도적 관심사는 조 후보자의 딸이 대학입시와 관련해 특혜를 입었냐는 것이었다. 조 후보자는 입시 과정에서 위법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조 후보자의 딸이 누린 특권층으로서의 혜택은 국민의 감정 선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대학입시의 공정성은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사회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우리 사회에서 좋은 학벌은 신분 상승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중요한 기회이기에 대학입시의 불공정은 곧바로 국민적 이슈가 되어버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일을 지켜보며 대학입시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양극화된 사회에서 대학입시의 개선만으로 관련 상황이 개선될 지는 지극히 의문스럽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라는 말이 경구처럼 사람들의 입에 널리 회자되었기에 진보의 도덕성은 그래도 ‘믿을 만할 것’이라는 게 세상의 평가였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치열하고 날선 경쟁 앞에 양심과 도덕을 거론했던 사람들도 세상의 보통 사람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그동안 품었던 기대와 희망은 곧바로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우리는 이번 논란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깨닫고 제대로 된 개선책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개혁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이 만족할만한 혁신적인 제도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 안전망과 복지는 턱없이 부족하고, 경제와 사회가 양극화돼 있는 상태에서 어떤 종류의 대학입시 제도가 제안되더라도 교육 본래의 목적 실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 현실을 둘러본 외국의 한 교육학자는 ‘한국의 교육은 없는 능력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비판의 요지는 학생은 모두 저마다 고유의 자질과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발굴하고 키우기 보다는 안정된 직업을 얻을 수 있는 법률가, 의사, 공무원 등으로 키우기 위해 모두가 몰입한다는 지적이었다. 정확한 지적이다. 이런 교육 현실은 중·고등학교에서 단순 학업 능력은 세계 선두권을 형성하지만 창의적 인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자사고나 외고의 많은 학생들이 미국의 명문 IVY 리그 대학에 입학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중도에 탈락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분노를 치유하고 희망을 만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의 정의와 담론은 수없이 많지만 교육의 본질은 매우 단순할 수 있다. 개개인에게 잠재돼 있는 타고난 자질과 역량을 발견하고, 그것을 잘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선진 복지국가의 교육과정을 보면, 중등교육까지는 타고난 자질을 발견하도록 하고 고등교육 과정에서는 그것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니 그런 교육 철학과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던 외국 교육학자의 눈에 한국의 교육이 어떻게 보였겠는가. 있지도 않은 아이의 자질을 억지로 키우려고 애쓰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 얼마나 보기 딱했겠는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청년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지는 지, 무엇을 잘 하는 지도 모른 채 나이가 들어 방황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이런 교육 문제와 관련이 깊다 하겠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자사고와 특목고를 위해, 또 중·고등학교에서는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자신의 관심사와 자질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유치원부터 거의 20년에 달하는 교육과정을 한길로만 달려가는 철로와 같다. 이런 교육과정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창조경제와 혁신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교육과 사회의 개혁’을 외쳤던 진보적 인사들에게 희망을 구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난 시기 촛불의 외침으로 나타났다. 촛불 정부와 진보 진영에게 우리 사회의 개혁을 기대했고, 압도적 지지를 몰아줬다. 그런데 지금 50대가 된 진보적 86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1960년대에 출생한 학생운동 세대)는 정치적으로 진보 진영에 속해 있지만 경제사회적으로는 이미 기득권층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이들 진보 진영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이 무너지면서 냉소와 분노가 커졌다. 엘리트들의 기득권적 관행과 카르텔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서열화 된 교육시스템에서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는 가운데 함께 올바른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오늘의 교육 문제가 불평등하고 양극화된 경제사회적 현실에 있음을 인식하고 교육 개혁과 함께 사회 개혁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최대임금과 최소임금의 격차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많은 부를 획득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과세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삶의 토대를 이루는 교육, 의료, 주거, 노동과 같은 기본적 영역에서 삶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만들지 않고서는 어떤 교육 개혁이나 사회 개혁도 제대로 성공하긴 어렵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는 ‘불안’과 ‘위험’이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북유럽 복지국가처럼 행여 실업을 당하더라도 2년간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국가가 근로능력의 향상과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준다면 극단적인 노사 갈등은 없을 것이며, 대학 간 서열이 약한 상태에서 학생수당을 받아가며 대학에서 공부한다면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극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68혁명이 일어난 후 프랑스의 대학들은 각자의 이름을 없애고 파리1대학, 파리2대학 등으로 바뀌었으며 학비도 무상이 됐다. 대학 교육 무상화의 이면에는 대학 교육이 개인들의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며 사회적 자원이라는 철학과 인식이 들어 있다. 영·미식 국가와는 달리 지금도 유럽 복지국가들 대부분에서 대학 학비가 무상이거나 매우 저렴한 것은 학생의 역량과 지적 능력의 성장이 결국 사회적 자산을 형성하는 토대라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수능’이나 ‘학종’의 단편적 개선만으로는 절대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프랑스의 경우처럼, 국·공립대학만이라도 통합대학을 구축하고 학비를 무상으로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통합대학을 구축한다면 부산이나 광주의 학생들이 무리하게 서울로 몰려들지 않을 것이며, 지역의 발전과 국가의 균형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 통합대학 덕분에 극심한 경쟁 체제가 완화된다면 학생들은 스스로의 적성과 소질을 파악하고, 그 방면의 역량을 키울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사립대학들도 통합대학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서 사립대학을 공영화를 하든가 특화된 분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말썽 많은 사립대학의 비리와 함께 장차 저출산 시기의 대학 고민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와 같은 국·공립대학의 통합대학 구성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서울대와 서울대 출신 기득권자들의 반대로 여전히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보통사람들이 정작 분노해야 할 대상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 기득권을 완강히 지키려는 서울대와 서울대 출신의 이해관계자들이며, 또 이들의 편에 섰던 정치 세력이다. 대통령이 입시 제도의 개선을 지시했지만, 어떤 제도를 내놓더라도 사실상 해답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라리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높아져 있을 때 국·공립 통합대학을 정치사회적으로 가시화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분노를 치유하고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복지국가’ 혁명이다!


우리 사회는 68혁명과 같은 복지국가의 문화 혁명을 거친 적이 없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체제를 열었던 30년 전의 87년 민주화 운동도, 지난 2017년의 촛불 혁명도 1789년의 프랑스 혁명처럼 주로 정치적 요구에 의해 일어난 ‘정치와 제도의 혁명’에 가까웠다. 물론 2017년의 촛불 혁명은 정치적 혁명에 더해 경제사회적 요구도 있었으나 후자가 본질적·본격적 테제로 나서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제 보통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그들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삶의 혁명이다. 진짜 복지국가 혁명이자 문화 혁명이 요구된다. 단순히 정치권력을 교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


권력이 무엇이며,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교육이 무엇이며, 대학이 무엇이냐고 묻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 대학과 교육이 입신양명의 수단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임을 선언하고, 시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주장해야 한다. 프랑스 68혁명의 슬로건 중의 하나였던 ‘30대 이상은 믿지 말라(Not trust thirty over)’는 새로운 세대의 선언이었다. 지금 한국을 위험·불행 사회로 만든 것은 86세대를 포함한 기성세대다. 68혁명의 유럽 청년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청년세대들이 보다 근본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을 가질 필요가 있다. 86세대가 정치적·제도적 민주주의를 성취했다면, 지금의 청년세대는 68혁명의 청년들처럼 복지국가 건설과 문화 혁명을 통한 실질적 민주주의의 구현을 외칠 때가 됐다. 


새로운 세대가 만드는 복지국가 문화 혁명을 통해 실질적 민주주의의 길, 국민행복의 역동적 복지국가를 기대해 본다. 안정적 직장에만 들어오면 작동을 멈추어 버리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극복하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고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보편주의 원칙의 역동적 복지국가야말로 청년들이 주창해야 할 본질적 목표다. 청년들이 그런 비전을 만들고 함께 움직인다면 보수 언론들이 그리도 비판해 마지않는 86세대의 구성원들은 그 과정에 힘을 보태거나 그렇지 않다면 미안한 마음으로 역사의 뒷길로 퇴장할 것이다. 청출어람, 다시 청년들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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