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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전 국민 의료보장 30년, 문재인 케어, 그리고 은수미 시장의 아동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
복지국가SOCIETY
19년 06월 30일    1103
image:    이상이5_5.jpg   Size(24 Kb)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의대 교수)


1977년 7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법정 의료보험제도를 처음 실시했다. 당시 500인 이상 고용 사업장에 19개의 의료보험조합과 공업단지 내 사업장에 486개의 의료보험조합이 설립됐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 국민이 아니라 일부 인구만을 포괄했다는 사실이다. 1977년 당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조합 수는 총 521개였고, 이 조합들이 약 310만 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의료보험 사업을 실시했는데, 이는 당시 전체 인구의 8.8%에 불과했다. 이후 1979년 1월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됐고, 그해 7월부터는 직장의료보험의 적용대상이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전체 인구의 80%는 여전히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후 직장의료보험의 적용대상이 규모가 작은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됐고, 마침내 1988년 1월 농어촌 지역의료보험이 실시됐다. 당시 138개의 농어촌 지역의료보험조합을 통해 약 826만 명의 농어촌 주민들이 공적 의료보장의 제도적 틀에 포괄됐다. 그리고 1989년 7월 117개의 도시 지역의료보험조합이 설립됐고, 약 1,100만 명의 도시 주민들에게 법정 의료보험이 적용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77년 7월 조합주의 방식의 법정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한 지 12년 만에 모든 인구를 공적 의료보장의 틀에 포괄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가 개막된 것이며, 외형적으로는 보편적 의료보장이 제도적으로 확립된 것이었다.


전 국민 의료보장 30년, 우리 시대의 제도적 과제는?


우리나라는 1989년 7월부터 우리 국민 모두의 손에 의료보험증을 쥐어준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당시엔 420개가 넘는 의료보험조합들이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하나는 제도의 운영에서 효율성이 매우 낮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크게 낮았다는 사실이다. 규모의 경제에 못 미치는 소규모 조합들이 난립한 상태에서 의료보험조합의 관리운영비 비중이 높아 관리운영의 효율성이 매우 낮았다. 또 의료보험조합들 간의 재정 능력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설정한 보장성 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의료보험제도는 보장성수준이 40%에 불과했다. 그래서 의료비 감면제도라는 조롱 섞인 비판을 받았다.


이후 10년에 걸친 의료보험 통합 운동이 전개됐다. 보건의료운동을 필두로 농민, 노동, 시민사회 분야의 핵심 운동단체들이 모두 결합했으므로 이 운동은 전 국민적 사회운동으로 발전했고, 국민적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997년 대선 이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한 입법 과정을 거쳐 마침내 2000년 7월부터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지금의 공적 단일 보험자 체계인 국민건강보험 시대가 열렸다[국민건강보험제도 출범의 역사적 과정과 국민건강보험 정책과정에 대해서는 필자 책 <복지국가는 삶이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는 10여년에 걸친 끈질긴 시민사회운동의 거대한 승리이자 동시에 실질적 의미에서 보편적 건강보장 시대의 개막을 의미했다. 실제로 의료보험제도의 보장성 수준이 1997년 48%에서 2002년 52.4%, 2004년 61.3%, 2005년 61.8%, 그리고 2006년엔 64.3%로 증가했다. 10년 사이에 보장성 수준이 무려 16%포인트나 높아졌던 것이다.


그런데 보수정부에서 보장성은 63% 수준으로 후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했고, 이것이 일정한 효과를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장성 수준은 높아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았다. ‘비급여’의 실질적 비중이 거의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건강보험료는 오르고,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규모가 커지고 있음에도 의료서비스 이용 시점에서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각자도생의 자구책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다. 가구당 평균을 내면, 국민건강보험료로 가구당 11만 원 정도를 내는데 비해 민간의료보험에는 30만 원(가구당 평균 5개 가입)을 내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몇 곱절이나 크다.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거시적 비효율을 방치하는 나라는 선진 복지국가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80%)을 달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학계와 시민사회에 널리 형성돼 있다. 이것이 우리 시대 건강보장의 첫 번째 제도적 과제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노인인구의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4.3%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이면 20%가 돼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2018년 진입)에서 초고령사회(2025년 진입 예정)로 가는 데 7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2030년엔 노인인구 비중이 25%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노인의 의료이용 강도는 다른 인구의 평균에 비해 3배나 높다. 해가 갈수록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의료비 부담이 급속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생산연령인구(생산가능인구, 15세부터 64세까지 인구)가 지난해 3,765만 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한다. 지난해보다 5만5천 명 줄어든다. 생산연령인구가 내년엔 23만2천 명 감소하고, 이후 10년 동안 매년 30만~40만 명씩 줄어든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정부 재정과 건강보험 재정의 제약이 심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의 증가를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인데, 그만큼 지속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재정적 지속 가능성, 이것이 우리 시대 건강보장의 두 번째 제도적 과제이다.


문재인 케어의 과제와 전략적 의의


요약하자면,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80%)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 우리 시대의 건강보장이 제도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과제는 자유 시장주의 방식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이미 미국의 실패(GDP 대비 국민의료비 수준은 18%로 OECD 평균의 2배, 건강 결과는 최하위, 그리고 의료이용의 심각한 양극화)에서 이는 분명해졌다. 의료보장제도의 공공성을 높을수록 보장성 수준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 모두 높아진다는 사실은 선진복지국가의 경험에서 이론적·실천적으로 이미 명백해졌다.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하는 바, 그 실천적 방안이 바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안이다. 현재 63% 수준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까지 높이겠다는 게 문재인 케어의 목표다. OECD 평균 보장성(80%)에 크게 못 미치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가 이후의 보장성 확충을 가능케 할 ‘중요한 전략적 개혁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가 그것이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전략은 의학적 필요와 가치가 있는 의료서비스 중에서 국민건강보험이 혜택을 주지 않던 항목들을 모두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 내로 포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체 의료비의 약 17%는 비급여 영역에서 발생한다. 나머지 83%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영역의 의료비인데, 이는 다시 국민건강보험 부담과 환자본인 부담으로 나뉜다. 이 83%의 건강보험 급여 영역은 저수가(원가의 80% 수준)로 인해 의료계가 손해를 본다. 그런데 급여 영역의 의료서비스 모두가 원가에 미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항목들은 원가를 초과한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진료과목들 간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17%의 비급여 영역에선 이윤을 과도하게 남긴다. 이렇게 경영 수지를 맞추면서 의료기관을 운영해왔던 것이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전략인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는 과거 정부의 부분적 급여화 방식과 크게 다르다. 역대 정부에서 시행했던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단계적 급여화는 풍선효과로 인해 실질적 효과가 없었다. 급여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에서 언제나 비급여의 비중은 17~18%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문재인 케어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수가 구조의 전반적인 재조정을 함께 추구한다. 미래 지향적 적정수가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적정 수준으로 제공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70% 수준까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고, 다음 정부에서 OECD 평균 수준인 80%까지 보장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목표치 70%는 OECD 평균 보장성 수준인 80%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할 인구는 중·저소득 계층이다. 그래서 문재인 케어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저소득 계층과 상대적 취약 인구의 의료이용을 돕기 위한 보장성 강화 방안을 함께 마련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연간 본인부담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의 강화가 그것이다. 그리고 상대적 취약 인구에 속하는 아동, 노인, 장애인들을 위해 의료비 본인부담 비율을 인하했다. 즉, 보편적 차원에서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목표치는 70%에 그쳤지만 저소득 계층과 상대적 취약 인구의 의료이용을 돕기 위한 별도의 지원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누구라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먼저,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간 본인부담금의 총액이 개인별로 정해진 상한금액을 초과하는경우,그초과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가구의 소득 수준을 10%씩 10단계로 나누고, 이것을 7개의 구간으로 구분했다. 2019년 현재, 1구간의 상한금액은 81만 원이고, 2구간 101만 원, 3구간(4~5분위) 152만 원, 그리고 4구간은 280만 원, 5구간 350만 원, 6구간 430만 원, 7구간은 580만 원이다(구체적 내역은 <표 1> 참조). 그러니까 소득하위 50%에 속하는 서민들은 연간 본인부담상한액이 최대 152만 원 이하이므로 서민 가계의 파탄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비급여 진료비는 연간 본인부담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급여 진료비는 현행 본인부담상한제와 관련이 없다. 또 하나,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이지만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서비스, 선별급여 의료서비스, 그리고 임플란트 본인부담금은 본인부담상한제의 본인부담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연간 본인부담상한제만으로는 의료비 불안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표 1> 연도별, 구간별 본인부담상한액 기준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비를 연간 본인부담상한제만으로는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문재인 케어는 또 하나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바로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가 그것이다. 재난적 의료비는 가계의 지출에서 의료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세계보건기구에서는 40% 이상이면 재난적 의료비 상황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구의 연소득 대비 본인부담 의료비 총액이 20% 이상인 경우를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2018년 1월 공포된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이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원 대상자는 기준 중위소득의 100% 이하인 가구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에겐 1인당 매년 최대 2천만 원까지 지원된다.


은수미 성남시장의 ‘아동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란?


앞서 설명했듯이 문재인 케어는 우리 시대 건강보장의 두 가지 제도적 과제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자 올바른 해법이다. 하지만 보장성 수준이 OECD 평균인 80%와 거리가 멀고, 그래서 연간 본인부담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적 취약 인구의 의료이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전략인 ‘비급여의 완전한 급여화’ 조치는 완료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또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과 의학적 사례들에서 본인부담 수준이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급여가 포함되지 않는 연간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해 경제적 취약 계층이 의료이용의 장벽을 만나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취약 계층이 의료이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중앙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완전히 해결하는 데는 최소한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80% 달성이 그렇고, 특히 ‘비급여의 완전한 급여화’가 실질적 수준에서 완성되는 데도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그때까지 어린이만이라도 의료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은 건강보장 정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할 법한 것이고, 실제로 시민사회에서 지난 수년 동안 ‘어린이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 운동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 이슈와 관련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되기도 했다. 문재인 케어 출범 이전에는 아이들도 입원 진료를 받을 때 성인과 동일한 수준인 20%의 본인부담을 지도록 했었는데, 다만 6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서만 본인부담률 10%를 적용했다. 그런데 이것이 문재인 케어로 인해 2017년 10월부터 5%로 크게 낮아졌다. 즉, 15세 이하의 아동에 대해서는 전체 입원진료비의 5%만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역시 ‘비급여’ 의료서비스이다. 만약 차기 정권에서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이 달성된다면, 이는 지극히 좋은 일이겠으나, 그때까지 경제적 취약 가구의 아동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을 해결할 돌파구를 한 지방정부에서 열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이 일을 시작했다. 성남시에 2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한 만 12세 이하의 아동 중에서 연간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의료비 중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어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비급여’ 의료비를 성남시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대상자(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에겐 전액을 지원하고, 나머지 모든 계층의 대상자에 대해서는 90% 지원한다. 그리고 연간 5천만 원의 지원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아동의료비심의위원회에서 심의 후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자신의 대표 공약인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고 한다. 성남시는 「성남시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완료했으며, 전국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건강보장 30주년 기념일인 7월 1일을 기해 이 사업 시행한다. 아동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고 생명권을 위협받거나 병원비로 인해 가계가 파탄 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 시행의 가장 중요한 이유이며, 특히 아동의 치료가 더 이상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좌우되거나 사회적 모금에 의존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데 성남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장의 목표와 방향에도 잘 부합한다. 당초 성남시는 「아동복지법」에서 정한 18세까지 지원코자 했으나 보건복지부 협의 과정에서 일단 만 12세 이하로 사업을 시행하면서 재정추이와 사업성과를 평가하여 18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향후 적용대상 확대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성남시 ‘아동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의 시대적 의의


우리 시대 건강보장의 두 가지 제도적 과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케어는 이를 위한 구조적 차원의 제도적 도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두에게 평등한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보완적 노력이 요구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성남시의 ‘아동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런 보완적 노력의 중요한 성과물이다. 첫째, 아동에 대해서는 ‘연간 100만 원 의료비 상한제’가 실질적 수준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즉 성남시의 경우 아동의 의료보장에서 보장성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둘째, 초저출산이 심각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양육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느끼는 체감효과가 매우 클 것 같다. 이는 길게 보면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결국 의료보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작년 연말, 나는 주한 덴마크 대사관의 지원으로 커뮤니티 케어와 복지 기술을 보기 위해 덴마크를 다녀왔다. 여기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아이 우선’이라고 한다. 일단 비용 부담이 보건의료 등 거의 모든 공적 영역에서 무료이고, 길게 줄을 설 필요도 없다고 한다. 아이를 위한 각종 사회서비스는 늘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아이를 낳고 키우기엔 최고라는 것이다. 이는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든, 이런 행운의 요소가 아이들에게 차별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하려는 복지국가의 집요한 노력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이 우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만 우선’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우선’인 세상이라야 한다. 그래야 누구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나라에선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고, 창의성과 다양성이 높은 이런 사회야 말로 4차 산업혁명이 예고되는 미래 시대에 더 큰 경쟁력을 자지게 된다.


독일은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과 청소년에게 의료이용 시의 본인부담금이 면제되고 있다. 북유럽 복지국가가 다 그렇듯이 스웨덴도 20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 외래 및 입원 진료비 모두가 면제된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 본인부담 의료비를 완전히 면제하지는 않지만 크게 감면하는 경우도 있다. 벨기에는 19세 미만 인구에 대해 650유로(83만 원)을 초과하는 본인부담금은 전부 면제하고 있다. 또 프랑스는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경감한다. 일본도 지자체별로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지원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일정한 면제를 하고 있는데, 도쿄시의 경우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의 본인부담금은 완전히 면제하고 있다.


우리 시대 건강보장의 두 가지 제도적 과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의 확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구조적 차원의 개혁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보완적 성격의 ‘한시적이고 시범적으로’ 이루어지는 지방정부의 건강보장 노력은 충분히 시도되는 게 옳다. 성남시의 이번 사례는 이런 점에서 높이 평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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