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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난임 시술’ 건강보험 적용 확대, 어디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복지국가SOCIETY
19년 04월 15일    251
image:    이상이5_3.jpg   Size(24 Kb)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이제 모르는 국민이 없다. 2018년에는 합계출산율이 0.98명이었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이 1.68명인 점을 고려해볼 때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정말 심각하다. 1970년에는 100만 명이 출생했는데 비해 작년에는 32만6900명만 출생했다. 통계청이 3월 28일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 추계’ 자료를 보면, 앞으로 합계출산율은 0.86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이는 결혼과 임신을 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 원인인데, 근본적으로는 우리 국민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행복의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구 위기 상황을 국가 위기로 바라보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종합대책을 함께 이끌어가는 ‘인구 대통령’이 요구된다. 난임도 이런 범주에서 대책을 세우는 게 옳다. 아이를 낳고 싶은데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엔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다. 이것이 난임 시술인데, 우리나라 의료보장 체계에서도 난임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중하위 소득계층에 대해선 정부 재정으로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보장 수준으로는 저출산 시대의 난임 시술 지원 정책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난임 시술에 대한 지원 내용과 정부의 정책 방향, 그리고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정책 제언을 기술하고자 한다.


‘난임 시술’ 건강보험 적용의 경과와 주요 내용


난임 시술은 난임 부부의 임신을 돕기 위한 시술인데, 의학적 용어로 ‘보조생식술’이라고 한다. 난임 시술의 유형은 체외수정과 인공수정으로 나뉘는데, 체외수정은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시킨 배아를 자궁 내로 이식하는 시술이다. 이것이 일명 시험관 시술이다. 그리고 인공수정은 정자를 채취해서 여성의 배란 시기에 자궁 내로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난임 시술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 것은 2017년 10월 1일이다.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나서 처음 이루어진 보장성 강화 정책 패키지에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이 포함됐다. 그 이전에는 정부가 모자보건법에 따라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을 운영했었다. 그러니까 당시까지만 해도 국민건강보험과 무관하게 정부의 재정으로 난임 시술을 지원했던 것이다. 이것이 2017년 10월부터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서비스로 전환됐고, 정부의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은 2017년 9월 30일부로 종료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난임 시술을 받을 때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어떤 자격 요건이 필요할까. 간단하다.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대상이 된다. 다만, 국내법상 혼인 상태에 있는 부부로서 난임 진단을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여성의 연령이 난임 시술 진료 시작 일을 기준으로 만 44세 이하인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것이 2017년 10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현행 기준이다. 그런데 지난 4월 3일, 정부가 이 기준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바뀐 기준은 올해 7월부터 적용된다. 올해 7월부터 적용될 새로운 기준에 의하면, 법적 혼인 상태가 아니라 사실혼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연령 기준도 만 44세 이하였던 데서 아예 이 기준 자체가 폐지된다.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어떻게 달라지나?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난임 시술의 기준 연령을 44세 이하로 정했던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 여성의 건강상의 이유인데 40대 중반 이후에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시술은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연령이 많을수록 시술의 성공 가능성이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신체적 조건에 따라 개인 간에 임신 성공 가능성의 차이도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사실, 만 44세와 45세 사이의 임신 성공 가능성에 대한 차이는 개인 간 신체적 조건 등의 차이에 의해 얼마든지 상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오는 7월부터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획일적으로 결정하던 기존의 방식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난임 시술의 오·남용을 줄일 정책적 필요는 인정되기 때문에 본인부담률에 차이를 두기로 했다. 즉, 7월부터 여성의 연령이 만 45세 이상인 경우에는 본인부담률 50%를 적용하기로 했다. 만 44세 이하인 경우에는 2017년 10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지금의 방식 그대로 본인부담률 30%가 적용된다.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급여화 이전에는 체외수정의 경우 1회 시술 때마다 300만∼500만 원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 왔다. 이것이 2017년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체외수정은 23만∼57만 원, 그리고 인공수정은 8만 원 정도만 부담하게 됐다. 또 난임 시술 과정에서 이뤄지는 진찰, 마취 등의 각종 처치와 혈액·초음파 검사 등 진료비, 과배란 유도 등의 시술 과정에 필요한 약제도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번에는 난임 시술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횟수에 제한이 있는지, 이 내용을 알아보자. 난임 시술의 유형별로 건강보험 적용이 인정되는 횟수가 정해져 있다. 현재까지는 체외수정으로 생성된 배아를 바로 이식하는 신선배아 이식은 4회까지, 그리고 냉동 보관한 배아를 해동해서 이식하는 동결배아 이식은 3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인공수정도 3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현재까지 이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기준도 바꾸기로 결정했다.


올해 7월부터 적용되는 바뀐 기준에 의하면, 신선배아 이식은 기존의 4회에서 7회로 건강보험 적용 횟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동결배아 이식과 인공수정은 각각 3회에서 5회로 늘어난다. 그러니까 7월부터 각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정부는 이때 추가되는 난임 시술의 횟수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 30%가 아니라 5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난임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당사자가 시술 전에 심사숙고를 할 재정적 문턱을 만들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6년, 난임으로 진단된 사람은 약 22만 명이나 된다. 2013년엔 20만 명 수준이었는데, 이게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니까 난임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만혼 등의 변화된 환경으로 인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인데,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약 12만 명이 난임 시술을 받았다. 이 ‘1년 동안’에 난임 시술을 위해 1,387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지출됐다.


그리고 난임 시술을 받는 데 있어서 어떤 특별한 절차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냥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난임 시술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난임 진단을 받고 시술을 바로 진행하면 된다. 난임 시술 지정 의료기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계된 정보통신망을 통해 건강보험 자격 여부와 시술 잔여 횟수 등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난임 시술 지정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인부담률 30%와 비급여 부담: 정부의 ‘난임 시술 지원 사업’


지금까지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 경과와 내용, 그리고 7월부터 달라지는 부분을 알아봤다. 그런데 본인부담률 30%와 일부 비급여 서비스가 중·하위 소득 계층에게는 여전히 부담이 된다. 그래서 정부는 ‘난임 시술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으로 지원하는 사업인데, 중·하위 소득 계층이 지원 대상이 된다. 그런데 올해부터 지원 대상이 많이 확대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준 중위소득의 130% 이하가 지원 대상이었는데, 이것이 올해 초부터 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로 확대됐다.


부부 2인 가구 기준으로 2018년 기준 중위소득의 130%는 370만 원이다. 그러니까 작년에는 부부 가구의 월 소득이 370만 원 이하라면 정부의 ‘난임 시술 지원 사업’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혜의 대상이 올해부터 기준 중위소득의 180%로 확대된 것이다. 2인 가구 기준으로 2019년 ‘기준 중위소득의 180%’는 523만 원이다. 부부 가구의 소득이 월 523만 원 이하라면 정부로부터 ‘난임 시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라면 난임 시술에 대해 정부의 재정에서 지원이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지원 횟수와 지원 금액은 어떻게 될까. 과거에는 신선배아 체외수정에 대해서만 4회가 인정됐는데, 올해 초부터는 건강보험 적용 횟수만큼 지원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체외수정(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과 인공수정(3회)까지 모두 지원된다는 것이다. 지원 항목도 많이 신설됐다. 착상유도제, 유산방지제, 배아의 동결·보관비용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비급여 뿐만 아니라 본인부담금에 대한 비용까지 지원한다. 지원 금액은 1회당 최대 50만 원이다.


결국 ‘난임 시술 지원 사업’을 전년에 비해 크게 확충했다는 것인데, 정부는 2019년도 난임 시술 정부 지원 예산으로 184억 원을 확보했다. 이것은 2018년의 47억 원에서 137억 원이 증가된 것이다. 향후 정부는 난임 부부 정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난임 시술 의료기관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서 난임 부부에게 의료기관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출산을 생각하는 부부가 난임으로 판명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난임으로 진행되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상담과 교육 및 검사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난임의 진단과 시술,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 ‘제로 시대’를 열자!


그런데 이런 정책 방향과 구체적 내용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는 국가적 인구 위기 상황에 대해 국민과 함께 비상하게 대응하는 방법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난임 시술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 30% 적용을 아예 폐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난임은 신체의 구조와 기능에 일정한 문제가 발생해서 자연적으로 임신에 이르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결혼한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갖는 경우 1년 이내에 임신이 될 확률이 80%를 넘는다고 하는데, 만약 1년이 넘도록 자연적으로 임신이 되지 않으면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봐야 하고, 필요할 경우 난임 시술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의학적 진단과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입원 의료는 암 등 4대 중증질환과 같은 산정특례를 제외하면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은 20%이다. 외래 의료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라는 정책적 이유로 인해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다른데, 의원급 의료기관은 30%이고, 병원은 40%, 종합병원은 50%, 그리고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은 60%가 적용된다. 그런데 난임 시술은 일정한 규모를 갖춘 의료기관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크고, 외래 의료이면서 동시에 입원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난임 시술은 기존의 잣대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 국가적 인구 위기 상황을 고려하는 게 옳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외래 이용에서는 본인부담을 일정하게 적용하지만 입원 의료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는 무상의료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의료보장제도의 보장성 수준이 80~90%를 상회한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이 길로 가야 한다. 문재인 케어는 이런 복지국가의 의료보장체계로 가기 위한 ‘첫 번째 길’을 여는 제도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63%를 임기 내에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문재인 케어인데, 다음 정부에서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 내용인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의 성과를 바탕으로 보장성 수준을 OECD 평균인 80%로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복지국가의 의료보장체계로 가기 위한 ‘두 번째 길’이라는 험난한 여정인데, 이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로 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현재 난임 시술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환자 본인이 법정본인부담률 30%와 비급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국가 재정으로 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1회당 5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부의 ‘난임 시술 지원 사업’이다. 이는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 비용에 대한 정부의 추가적 지원에 해당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정부 재정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주소지 관할 보건소를 방문해서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또 자신이 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에 속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의학적 비급여 항목을 전부 급여화하고 법정본인부담률 0%를 적용해서 아예 무상의료를 실시하면 될 것인데, 일을 이렇게 번거롭게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난임 관련 진료와 시술’에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100%를 적용해서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앞서 말한 대로 국가적 인구 위기 상황에 대해 정부가 국민과 함께 비상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 케어 이후 연속적으로 추진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목표가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도덕적 해이가 없는’ 의학적 입원 의료에 대한 사실상의 무상의료가 될 것인 바, 이것의 선도적 적용 사례로 ‘난임 관련 진료와 시술’의 무상의료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난임 관련 진료와 시술’에 국민건강보험 부담 100%를 적용해서 난임 진료와 시술 이용자의 비용을 사실상 없애는 데 드는 추가적 비용은 국가의 재정에서 부담하면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미 정부는 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에 해당하는 부부 가구에 대해 난임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 국고에서 부담하기로 한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담률 20% 약속만 지킨다면 정부의 추가적 지원은 없어도 무방할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난임의 진단과 각종 검사 및 시술을 위한 기본적인 임상진료지침을 확정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서비스는 건강보험의 급여가 되도록 한다. 이는 임의로 비급여를 만들고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환자가 원해서 추가적인 지출을 하겠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러므로 난임 환자는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해서 정한 임상진료지침에 따라 진료와 시술을 받을 경우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합의에 의해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의료기관(기준에 미달하는 질 낮은 서비스 제공 또는 임의적인 비급여 시술 등)은 난임 시술 지정 의료기관에서 제외하면 된다. 이후 이것은 의학적 입원 의료에 대한 사실상의 무상의료 시대를 여는 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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