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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창] J노믹스와 사회적 경제,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가자!
복지국가SOCIETY
18년 12월 23일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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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1 장면 하나: 추락하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8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문재인 정부의 업무수행 긍정 평가 비율이 최근에 50% 이하로 내려갔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제 상황이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3바퀴 경제 정책을 J노믹스란 이름으로 내걸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사회적 갈등이 먼저 부각되고, 보수 언론이 아니어도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는 진보적 시각을 가진 학자들 중에서도 이를 위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초래될 문제를 예측하고 복지 확대와 재취업교육 강화, 적극적인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의 선제적인 조치나 적어도 동시 추진이 필요했는데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촛불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미흡한 개혁과 혁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2 장면 둘: 비어가는 지방도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군산과 광주가 언론에 많이 언급되었다. 한국에서 철수하려는 GM본사와 붙잡아 두려는 한국 정부와의 줄다리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말, 부평 공장은 남기되 군산 공장은 결국 문을 닫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군산 지역은 조선 산업의 몰락에 더해 GM군산 공장의 철수로 황량하게 변해가고, 실업자들과 관련 업체들의 폐업으로 인해 지역 전체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선도 기업과 협력 기업 간의 일자리 격차 감소, 지역 일자리 창출 등 한국 산업 생태계에 관련된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시도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출범도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광주시와 지역의 시민사회, 현대자동차 경영진과 노조 간의 사회적 대타협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협상은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변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군산과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광주는 많은 차이점도 있지만 기저에 흐르는 공통점은 대기업을 통해서만 지역 경제가 유지·발전될 수 있다는 고정된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화된 자본은 이익 창출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가와 지역은 상관하지 않는다. 한국에 투자한 다른 외국 자본들과 마찬가지로 GM은 한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을 뽑아갔고, 이제 더 이상 수지가 맞지 않자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사전에 대응하지 못한 국가의 잘못이고, 대책이 없이 정부만 바라보았던 지역의 잘못이지,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3 장면 셋: 출산율 제고에 애타는 지자체


강원도가 파격적인 출산보조금 정책을 내놓았다. 아이가 태어난 해에는 아동수당으로 매월 70만 원을, 다음해부터는 3년간 50만 원씩 4년간 총 2,640만 원의 파격적인 육아수당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도지사가 자유한국당의 ‘출산주도 성장 정책’을 구체화 한 듯, 아이를 세 명 낳는다면 8천 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물론 그 정도의 수당으로 아이를 낳겠냐는 회의적인 시각, 여성을 출산의 도구를 생각한다는 비판 여론, 기존의 중앙정부 정책과의 충돌 등을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재심의를 요청하고, 강원도 의회에서도 부결돼 해프닝으로 끝났다. 참고로 지난해 강원도에서 태어난 아이는 8,958명으로 2001년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으며,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소멸 위험지역이다.


이 세 가지 장면들은 각기 다른 상황을 보여주지만 공통의 원인은 하나다.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 앞으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우리 경제의 다양한 모습인 것이다. 우리 시대의 화두는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민생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과 비전이 없이는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고, 사회는 갈등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물론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간산업은 매우 중요하다. 고용승계 문제나 재벌 3세의 오너 리스크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제적 분업 체계의 변화와 더불어, 그 동안 국가 경제를 지탱해 오던 주력 산업들이 신기술의 개발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통해 재조정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위기와 발전의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주력 5대 산업의 전환기에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과 경제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권한과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중앙정부만 바라보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역 경제는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지역 주민들이 당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도 동시에 요구된다 하겠다.


수도권으로 빨려드는 지방경제


지난 11월 말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지역소득 역외 유출의 결정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는 ‘2016년도에 6조1842억 원의 소득이 지역 외, 즉 수도권으로 유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강원도를 비롯해 9개의 광역자치단체에서 순유출이 일어났고, 반대로 서울을 비롯한 6개의 광역자치단체에서 유입이 일어났다. 순유입이 일어난 6곳은 경기도 및 서울과 4개 광역시가 차지했다. 반면 순유출이 일어난 곳은 울산을 제외한 모든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였다. 결론적으로, 지방의 돈이 서울과 경기도 및 광역시들로 몰려들었고, 이 돈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으로 남거나 초국적 기업의 이익배당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우리 경제가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도권과 대도시가 아닌 지역 경제는 여기에 더해 2중3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는 소득(所得)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산(資産)의 양극화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데, 지방에는 그런 양극화도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양극화, 부동산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의 양극화, 도시와 농촌 간의 양극화 등은 점점 심해질 뿐만 아니라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강원도의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은 소멸해가는 도시와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적극적인 자구책이라 볼 수 있다. 중앙정부가 지역에 대한 정책과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지역을 책임지는 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몸부림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남이 아닌 곳에 지역구를 두었지만, 강남4구에 집을 가진 국회의원이 4명 중 1명꼴인 81명이나 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이중성과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매년 수십조 원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빨려 올라가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에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 부어도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는 이미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가지는 한계를 충분히 보았다. 투자 대비 고용 효과도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 등 여러 측면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지난 수십 년간 겪어왔다. 이제 새로운 시선과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촛불정부라면 보다 혁신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사회에 기초한 선순환의 협동 경제


고용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지역사회와 공존공생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대기업의 유치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대기업 없이, 지역 순환의 협동 경제를 만든 성공 사례와 모델은 없을까?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라고 푸념할 일이 아니다. 지역과 공생하고 사람 중심의 경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확대해가는 것이 진보개혁 정권의 과제이자 제2의 촛불 혁명인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 정권 교체를 이루어준 국민들에 대한 보답이자 시대적 요구이다. 그리고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과 대자본 중심의 시장만능 경제의 폐해를 인식하고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사회적 경제’다.


지난 2000년 이후 사회적 경제 개념이 도입되고, 2007년 ‘사회적 기업 법’이 제정되고,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 기업은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었다. 2018년 11월말 기준으로 등록된 협동조합 숫자는 15,000개에 육박한다. 지난 6년간 양적으로 보면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사회적 신뢰나 사회적 경제의 토양이 취약한 상태에서 건실한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지만 시장만능과 이익만능의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순환 경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재벌들에게 독점되고 대기업들에게 과점돼 있는 황폐화된 경제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재구성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가 대기업과 대자본 중심의 시장만능 경제에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경기도의 2배 만한 크기에 인구는 경기도의 1/3인 정도인 450만 명이 살고 있다. 에밀리아 주에는 약 8,000개의 협동조합이 활동 중에 있으며, 경제의 30%를 담당한다. 인구 40만 명의 주도인 볼로냐는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경제의 비중이 45%에 달하며, 1인당 소득이 4만 유로(2015년 기준, 5천4백만 원)로 유럽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소득 지역이다. 볼로냐의 경제는 협동조합으로 지탱된다.


에밀리아 주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같은 초고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세라믹 분야는 세계 1,2위로 관련 분야의 세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 주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수출은 대기업이 하는 것이라는 우리 사회의 상식을 뒤엎고 있는 것이다.


또 에밀리아-로마냐 주에는 40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어 인구 10명에 하나 꼴로 자신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과 아이들을 빼면 평균 6~7명이 하나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에 혁신과 협업이 일상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일찍이 복지국가를 만든 스웨덴이나 덴마크, 네덜란드의 역사적 대타협, 사회적 합의가 흔히 거론되지만 에밀리아-로마냐에서는 그런 합의가 매일 일상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 주가 처음부터 잘 살거나 협동 경제가 활성화된 지역은 아니었다.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의 하나였다. 진보적 전통이 강한 지역이기는 했지만, 정권을 잡은 진보 개혁적인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협동조합 육성 정책과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쓰면서 반세기 만에 가장 안정된 협동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지난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에 이탈리아 국가는 휘청거렸지만,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외부의 경제 위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탈리아의 사례가 가능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에서도 언제 떠날지 모르는 현대자동차 자본에 기대는 것보다는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모델을 추구해 볼 수 있다. 조선 산업의 몰락과 GM자동차의 이전으로 폐허가 된 군산에서도 외국 자동차 회사에게 떠나지 말라고 소매를 붙잡고 사정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에 기반을 둔 협동 경제 모델을 상상하고 구축하는 것을 권해 본다. 오히려 기존의 거대 산업이 많이 없는 지역, 정치적으로 진보개혁의 선두 지역이자, 민주화와 인권의 도시들이기에 새로운 접근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역동적 복지국가: 풀뿌리 지역부터 복지와 경제의 통합적 혁신 모델을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기업 주도의 수출 중심 경제 정책 만을 고수한 결과, 허약한 중소기업과 취약한 내수시장 등 부실한 경제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경제성장이라면 진보나 보수 정권 할 것 없이 ‘기업 도시’나 ‘대기업 유치’와 같은 빈약한 상상력만 보여주었다. 때문에 권력이 바뀌어도 체감할 수 있는 삶의 변화나 지역 경제의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10년 단위로 권력을 바꾸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장경제를 맹신하는 보수 정권뿐만 아니라 진보개혁 정권 또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생각은 하지 않고 겨우 통증만을 완화시키고 연명시키는 임시방편 역할만 하고 있다.


처음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했고, 그것도 지역화폐로 지급한 성남시의 경우 만 6세 미만 아동을 둔 가구원 3만898명에게 1만 원의 인센티브를 얹어 11만 원씩 지급한 아동수당은 모두 33억9천868만 원이다. 카드로 지급받은 지역화폐의 사용처를 보면 지역의 마트·생협·식료품점에서 사용 비중이 40.1%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음식점·주점 21.5%, 병원·약국 11.9%, 어린이집·유치원 6%, 학원 4.4%, 베이커리 1.8% 순으로 사용 비중이 높았다. 이들 돈이 모두 지역 내에서 유통되면서 지역의 여러 상인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으며, 지역화폐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10% 할인한다는 현수막을 거는 등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성남시는 청년배당과 지역화폐를 연동했을 때 전통시장의 매출 확대가 20% 이상 이뤄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어떤 정책보다 서민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수당과 청년수당 등 성남시가 지급하는 각종 사회수당을 지역화폐와 연계해 운영할 경우 연간 약 1천억 원 수준으로 유통량이 늘어난다고 하니 적지 않는 규모다. 또 내년부터 경기도는 31개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지역화폐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역화폐는 발행액만큼 지역 상권으로 투입되는 1차적 경제 효과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중소상인의 매출 증대에 따른 시장 확대라는 2차 효과도 부가적으로 발생한다(최준규, 경기개발연구원, 2018).


또 지역 소득의 역외 유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매출액의 상당액이 지역 외부로 유출되지만, 정책 발행으로 투입되는 지역화폐의 경우 지자체의 세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 외 유출 방지 조치가 조례를 통해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사용처를 제한할 수 있고, 목적에 따라 유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 4년간 지역화폐의 형태로 1조5천억 원을 투입하는 경기도의 경우,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3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지역화폐가 만능일 수는 없겠으나 지역의 돈이 서울로, 강남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지역 경제를 선순환 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울산광역시도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현금성 수당의 상당 부분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했고, 서울시 노원구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자원 봉사자들에게 ‘노원’이라는 지역에서만 유통되는 화폐를 카드로 적립하여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지방정부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화폐를 준비하고 있어 지역화폐의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나아가 울산이나 거제 지역의 조선 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지급되는 자금을 투자 지분으로 전환해서 관리 권한을 지방정부에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독일의 경우 니더작센 주는 법으로 폭스바겐 자동차 회사 주식의 일정 부분을 지방정부가 소유하도록 의무화해서 거대한 지역의 자동차 회사가 준 공기업의 성격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노동자 경영 참여와 마찬가지로 지방정부의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다. 지방정부는 단기적인 수익을 높이는 것 보다는 자동차 회사가 잘 되기 위해 연구개발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고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지역의 협력업체와 합리적인 분업 구조를 가지도록 하는 합법적인 정책 수단이 생기는 것이다.


KT나 SK와 같은 대기업 통신사가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해 광역지자체에서 공기업으로 저가 통신사를 설립하고, 이를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할 경우 기업들이 반대하는 통신료 원가 공개가 없어도 요금 인하가 가능해진다. 독일은 전체 주택의 30% 이상이 지방정부와 주거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공임대 주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10조 원 규모의 중앙정부 도시 재생 사업을 활용해서 지방정부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을 매입해 재개발하고, 이들 중의 일정 부분을 공공임대 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지역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 경감과 젊은 층 인구의 유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중앙정부가 민간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여 공기업을 활성화시킨다고 할 때, 지방정부가 자기 지역에 있는 공기업 지분을 일정 정도 확보해 지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경영권에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반세기에 걸쳐 누적된 적폐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미 기득권층에는 자신의 이권으로 인식되어 있어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는 그들에게 밥그릇을 뺏는 혁명이라는 말로 들릴 것이고,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반대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 다수의 이익과 국가 전체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의 생활 적폐와 구조적 문제들을 바꾸겠다는 의지와 비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과감하게 추진하는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재벌 대기업을 해체하거나 대체할 대안이 없다면 합리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 방법은 양보와 타협 그리고 재벌 오너의 관용이 아니라, 공적 자금과 공적 권한을 통해 새롭고 합리적인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강릉에서 가스 누출로 또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사망했다.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김용균씨는 또 어떤가!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수명을 다한 싸구려 시장 경제는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또 다시 요구할 것이다. 논어에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말이 있다. 임무는 무겁고 길은 멀다는 뜻이다.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정권이기에 책임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 해야 할 일을 제 때,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뿐이다.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뛰어 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모델을 받아들이고, 지역에서 다양한 혁신 실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과감한 자치분권은 우리가 만들어갈 ‘복지국가 경제 질서’에서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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