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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이유
복지국가SOCIETY
18년 09월 02일    177
image:    양재진연세대교수.jpg   Size(44 Kb)

양재진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연금의 재정과 제도 개선 문제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마련한 국민연금의 장기재정전망과 제도개선안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정도의 개혁안은 수용해야 한다. 이마저도 못하겠다고 하면, 한국 복지국가에 미래는 없다. 혜택만 받으려하고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면, 복지제도는 지속될 수가 없다.


현재의 ‘저부담-중급여 체제’는 지속되기 어렵다


문 대통령부터 정치권은 벌써부터 어느 나라는 10년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거쳤고, 노무현 정부 때도 2003년에 시작해 2007년에 끝을 맺었다며 연금개혁을 장기과제로 삼으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치적으로 손해인 보험료 인상을 면피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의 미명 하에 시간을 끌다가 다음 정부에게 공을 떠넘기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누군들 보험료 올리는 것을 좋아할까? 그러나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은 10년 걸렸다는 스웨덴의 명목확정기여방식(글 맨뒤 주석참고)으로의 구조개혁도 아니고, 2007년처럼 소득대체율 60%를 40%로 확 낮추고, 기초연금을 새로이 도입하는 큰 개혁도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1안은 연금을 더 주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예정)가 아닌 45%로 환원하고, 대신에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1%로 2%p 올리자는 안이다(5년마다 재정재계산을 해서 필요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해야 한다). 2안은 소득대체율은 40% 그대로 두되, 10년 동안 서서히 보험료율을 13.5%까지 4.5%p 올려 재정안정화를 이루자는 게 골자다.


누구나 인정하다시피, 국민연금은 현재의 저부담-중급여 체제로는 지속되기 어렵다. 저성장에 저출산 고령화가 더해진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그 어떤 민간연금 상품보다 수익률이 좋다고 자랑하는 이유는 민간보다 운용수수료가 싸서 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는 보험료에 비해 많이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전업주부들이 재테크 차원에서 국민연금 가입을 필수로 여기는 것도 그 좋은 수익률 때문이다(그래서 필자는 공단이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민간보다 좋다고 홍보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혹자는 노후소득보장의 강화가 우선이지 재정은 차후의 문제라며 보험료 인상을 일축한다. 또 어떤 이는 모자란 보험료 수입은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해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처럼 말이다. 맞는 말이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이윤을 남기려고 연금보험 상품을 파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노후소득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이 후세대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지우면 안 된다. 보험료가 아니라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해도 후세대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매 한가지다.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국가의 역할


국가의 노후소득보장 책임은 후세대 부담을 이용해,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현 세대의 노후를 보장하는 데 있지 않다. 국가의 역할은 국민들이 장수의 위험(longevity risk)을 나누어지게끔 중간에서 연금이라는 일종의 사회계약을 관리하고 평생 지급보증을 해주는 데 있다. 즉, 자동차 보험에서 사고가 나지 않은 사람의 보험료를 가져다가 사고 난 사람에게 보상금을 주듯이, 평균보다 일찍 죽는 가입자가 남긴 연금자산을 평균보다 오래 사는 사람에게 이전시키는 게 국가의 책무이다. (글 맨뒤 주석참고)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따라 오르게 될 명목보험료 수입을 연금급여에 반영하여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시켜 주는 것도 국가가 할 일이다. 또한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연금사업자와 달리, 최소한의 경비로 보험료 징수 등 가입자를 관리하고 기금을 운용하여(즉, 낮은 수수료율을 실현하여), 최대한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연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연금 수급자는 늘어만 가고, 보험료 납부할 사람은 줄어만 가고 있다. 보험료를 납부할 사람이 줄어들더라도, 경제 성장이 잘 이루어진다면 연금 지급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저성장이 겹치면, 후세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올해 2분기에  0.97에 불과했던 합계출산율이 1.38까지 상승할 것을 전제로 재정추계를 하였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3.0%에서 2070년 0.5%까지 떨어졌다가 0.6%로 오른다는 가정을 썼다. 그런데 이미 벌써 올해 경제성장률이 3.0%를 밑돌 것으로 정부는 밝히고 있다.


연금재정 추계가 낙관적인 가정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 낙관적인 가정의 경우, 적립기금이 고갈되어 순수 부과방식(즉, 근로세대의 보험료 수입으로만 노인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경우)으로 전환되면, 필요보험료율이 2060년에 26.8%로 인상되어야 한다. 만약 출산율을 현실적인 1.05로 가정하면, 2060년 필요보험료율은 29.3%가 된다.

후세대도 세금을 내야하고, 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료도 내야 할 것이다. 애들도 키우고 먹고 살기도 해야 하고 말이다. 그런데, 국민연금만 30% 가까이 보험료를 내야 한다면 후세대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게 될지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하다.


그러니, 보험료를 올려서 현재의 ‘저부담-중급여 시스템’을 ‘중부담-중급여’로 바꾸어 연기금을 축적해 놓고, 이를 연금 지급 시 활용하면 후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나, 보험료율 30% 시대를 최대한 늦추고 완만하게 가져가게 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을 조금이라도 이루는 길이다. 이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스웨덴의 연금 개혁에서 배울 점


그러나 국민연금 보험료 30% 시점을 뒤로 미룬다고 국가의 소임을 다 하는 것은 아니다. 30% 가까운 보험료가 현실화 되게 해서는 곤란하다. 스웨덴처럼 보험료가 일정률을 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하고(스웨덴의 경우, 18.5%), 수명연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평생 연금수급총액의 증가를 연금액의 자동 삭감을 통해 노인 개개인이 상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번 위원회의 2안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한 소위 ‘기대여명 계수 도입’이 그것이다. 연금액이 기대수명의 증가에 따라 자동 삭감되면 얼마 되지 않는 연금이 더 줄어들 텐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우리의 경우, 퇴직(연)금이 제대로 된 연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스웨덴에서처럼 70세까지 인생 이모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을 뒤로 늦추고, 늦춘 만큼 연금액이 증가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연금을 일부만 부분 수령하면서, 단 하루에 몇 시간만이라도 소득활동을 할 수 있게도 해야 한다(이런 면에서, 국민연금 수령자에게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연금액을 삭감하는 제도는 없애야 한다).


한마디로, 근로세대의 보험료 부담 증가에 선을 긋고, 노인세대가 근로를 더 하고 비용부담을 스스로 떠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에게 냉혹하다. 그러나 이렇게 보험료 부담의 한계를 그어 놓지 않으면, 근로세대는 근로 활동을 아애 포기하고 기업도 활동을 멈출지 모른다. 세금에 가혹한 연금보험료와 여타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가 더해지면, 담세율이 50%를 훌쩍 넘고도 남을 것이다. 경제는 성장을 멈추고, 그러면 노인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 닥쳐온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높이려고 노력해야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국가는 평생 지급 보장을 통한 장수 위험의 관리, 인플레이션의 급여 연동을 통한 연금의 실질 가치 보전, 낮은 관리비용으로 연금액의 최대 확보라는 책임 이외에도,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통해 후세대의 근로와 경제 성장이란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이번 위원회의 제도 개선안은 이를 향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최소한의 보험료 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세대 간 형평성 제고에 기여하며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젊은 세대는 더욱 그러하다. 오래 시간 끌 일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에게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알리고, 여야가 책임을 공유하며 보험료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교육수준이 높고 성숙한 우리 국민은 올바른 정보가 주어진다면 보험료 인상을 받아들일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1)명목확정기여방식(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or Non-funded Defined Contribution)은 스웨덴 연금학자들이 개발하였다. 기존의 확정급여(DB)형 공적연금과는 달리 사적연금처럼 확정기여(DC)을 취하나 재정은 부과방식, 관리는 국가에서는 하는 연금제도이다. DC방식인 만큼, 평균수명이 증가하면, 그만큼 연금액이 자동 삭감된다. 국가는 연금수급 개시 시점에서 동일 연령대 평균잔여여명에 따라 결정된 연금액의 평생 지급을 보장하고, 인플레이션과 소득증감율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여 준다. 양재진. 2011. “스웨덴 연금제도의 이해와 쟁점 분석사회과학논집 제421.



2)유족연금이 없다면, 단명자가 남긴 자산과 장수자가 더 받는 연금액은 이론상 동일한 액수가 되어야 한다. 1999년 스웨덴에서 연기금에서 지급하던 유족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자에 한해 일반재정에서 부담하여 공적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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